Friday, 9 October 2009

죽음의 주위를 맴도는 아직 손상되지 않은 자들의 춤



죽음의 주위를 맴도는 아직 손상되지 않은 자들의 춤.
분명 매우 섬뜩하게 들리고야말-그래서 크게 환영받지 못할- 이 어구(語句)는 내가 옥인아파트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머릿속을 맴돌고 있는 것들 중 하나다. 사실 이 문장의 강렬한 출현은 철거를 앞두고 거의 비어버린 옥인아파트와 옥인아파트를 둘러싼 사건의 정황에 대해서라기보다는 그곳에 처음 모인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에 대한 것이었다.
그 순간, 무엇이 우리를 달아오르게 한 것일까.


물론 텅 빈 아파트에 남겨진 최후의 세입자가 될지 모를 동료 작가가 있고, 모인 이들 대부분 나름의 방식에서 폴 어쿠스틱의 랩에 등장하는 ‘알티비스트(artivist)’적 성향을 가지고 있긴 했지만 내게 있어 그 날의 교감은 그리 단순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요 며칠 간 나는 이 문장의 출처를 고심했는데 결국 들뢰즈/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새물결刊)을 생각해내고, 거의 두 시간 여에 걸쳐 천 페이지에 달하는 책을 앞뒤로 뒤적인 끝에 마침내 원래의 문장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9장 ‘1933년-미시정치와 절편성’에 쓰인 원래의 구절은 ‘죽음’이 아니라 ‘시체’ 즉 ‘시체 주위를 맴도는 아직 손상되지 않은 자들의 춤!’으로 원전의 문맥에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파시즘을 비판하기 위해 저자들이 인용한 소설 <멤피스토> 중 나치의 통상적인 대화를 묘사한 부분에 등장하는 말이었다.

원전의 문맥이야 어찌됐든 나의 무의식이 연결시킨 단서들에 의하면 옥인아파트에 대한 우리의 흥분은 작업이나 투쟁 이전에 보다 원초적인 죽음 혹은 사라짐과 연관이 있으며 이는 생로병사를 말할 때와 같은 그런 자연스러운-그러므로 너무나 마땅하여 우리가 말할 필요조차 없는- 죽음이라기보다는 교사되어진 것, 어쩌면 비천하게 탄생하여 비천하게 사망하는 것에 대한 비릿한 우애 혹은 비천한 죽음의 공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아직은’ 손상되지 않은 자들의 연대감, 또는 ‘아직은’ 누구의 소유라고도 말할 수 없는 거대한 무덤-놀이터에 대한 탐닉일지도 모른다.

* 위 글은 아직은 메모에 불과하니 퍼가지 마삼.




7 comments:

  1. 그나저나 어제 시우 작업 도우러 옥인에 갔었는데 '석면 제거 작업'중이었어요.ㅠ 화용은 집에 없는 것 같아 다행이었지만 좀 많이 걱정이 되었답니다. 이제 다시 철거에 힘을 실을 모냥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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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저는 참 거리두고 바라보기 버거운 하루하루 일이 생기는군요.
    일단 2차 대거 화분 도난사건이 있었고
    그래서 내 마지막 남은 친구들이 모두 없어졌고요
    무슨 쓰레기 담긴 봉지까지 막 훔쳐가고 쓰레기 그냥 막 버려둔채로요.
    경찰오고 cctv분석하고 정말 이번엔 안 넘기려고요.
    맘이 참 찝찝하고, 오래 같이한 식물들이 눈에 아른거리고.

    아 그리고 일단 소송 승소했습니다.
    근데 서울시는 항소를 할 것 같기도 하구요.

    하여간 롤러코스터 주민.
    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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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누군가가 내 작업을 보고 '난민정서'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대한 사회적 통찰력과 작업에 대한 이해도 있는 말이었습니다. 그 말이 틀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 articulate를 하고 나면 그 순간 어디론가 비껴나가는 듯한 언어에 대한 불신아니면 불안감. 그러나 정민씨의 끄적거린 메모를 보니 왠지 난민처럼 떠돌던 마음이 한순간 작은 위로를 받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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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저도 여기에서 나름대로 옥인활동을 어떤식으로 프리젠트하면 좋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작업겸(돌아다니는게 제 작업입니다.) 어떤 장소에서 어떤식으로 옥인콜렉티브 작업을 전시하면 좋을까 계속 고민중입니다. 옥인아파트의 상황을 직접 가져오는게 아니라 위에적은 정민씨의 메모에서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인스티튜셔널한 곳이 아닌 곳에서의 전시도 가능할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번에는 제가 딱히 장소를 정하고 돌아가지 못하더라고 시간을두고 발전시켜나가면 못할것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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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ㅋ'난민정서'.
    멀리서 날아온 은지씨 댓글을 보니 저도 기운을 받네요!
    나만의 생각일까 한편 소심해하고 있었거든요.
    사실 위의 메모는 우리의 다소 우발적이고 느린 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가 서로에게
    너무 잘 이해되는 게 신기해서
    이것의 정체는 대체 무엇이냐... 하며
    시작된 것이랍니다. 같이 살을 붙여 보아요~
    그리고 화용의 승소 소식은 축하할 일인것 같은데
    이후가 어찌 진행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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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참! 글고 어제 서너시경에 화용 집 앞에서 화분 친구들을 보았는데 어째 그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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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일차 승소했다니 다행이네요. 하지만 늘 하위법이 상위법보다 우위를 차지하는 이곳에서 최종 결론은 어떻게 날지...
    하지만 요즈음의 재개발 쓰나미가 오히려 사람들을 각성시키고 새롭게 추동하는 행동을 일으키는 것 역시 여기저기서 마주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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