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14 November 2009

[펌] 성형중독 서울

화용이 올린 옥인아파트 가림막 사진들을 보니 임근준씨 블로그에 업뎃되어있던 기사가 생각나네요.
언뜻 보면 조선일보에 이런 글이! 란 생각에 반기게 되지만(사실 그래서 업뎃하신듯)
다시 한번 읽어보면 청계천, 송도에 대한 이 분의 생각이나 팝스타의 과욕, 삼류배우, 맛 간 어쩌구 운운하시는 것이 역시 어째 신문사의 품격에 걸맞는 것도 같은 그런 묘한 글입니다욧.


-----------------------------------------------------------
[특파원칼럼] 성형중독 서울

선우정·도쿄특파원 su@chosun.com 입력 : 2009.07.17 22:49



▲ 선우정·도쿄특파원


지난주 휴가로 서울에 들어와 광화문 일대를 걸었다. 4년 만이다. 광우병 파동, 전 대통령 국민장으로 광화문 근방은 외신을 통해 종종 접했지만, 실제로 보니 상상 이상이었다.

우선 온통 가림막으로 싸여 있는 광경에 놀랐다. 광화문이 가림막, 서울시청이 가림막, 다른 이유이지만 서울의 상징인 숭례문도 가림막 속에 있었다. 전쟁 직후의 재건도시가 아니라면 도심 큰길이 이처럼 동시다발적 공사판 가림막으로 갇힌 도시는 세계에서 드물 것이다. 4년 전 서울을 떠날 때는 청계천과 시청광장이 가림막 안에 있었다. 숭례문, 시청, 광화문 가림막이 사라지면, 또 다른 곳에 가림막이 드리울 것이다.

더 놀란 것은 큰길을 벗어난 뒤였다. 식사를 해결해 주던 광화문 골목길 전체가 가림막에 갇혀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들렀던 메밀국수집 '미진', 땀 빼고 싶을 때 찾던 불낙지의 '실비집'과 '서린낙지', 순두부 단골집 '감촌'이 제자리를 떠나 무미건조한 빌딩 1·2층에 몰려 있는 모습을 보고, 친구에게 "이건 기적"이라고 말했다. 전체주의 국가가 아니면, 어떤 나라가 자존심 강한 도심 맛집들을 한울타리에 몽땅 쓸어 넣을 수 있을까.

가림막을 뜯어낸 청계천은 멋졌다. 하지만 청계천이 멋지다고 광화문 일대를 몽땅 청계천처럼 만들려는 것은 코 성형이 성공하자 눈과 입, 골격과 피부색까지 바꾸려고 한 팝스타의 과욕과 비슷하다. 특히 골목길을 해체한 것은 성형중독의 극단을 보여준다. 1960~70년대 도시 문화의 한 축을 허벅지 지방을 제거하듯 들어낸 것이다.

서울은 성형 변신을 꿈꾸는지 모른다. "짜잔!" 하고 무대에 등장하고 싶은 쌍꺼풀 성형중독의 삼류 배우에게 '동양적 외꺼풀의 미학' 따윈 들릴 턱이 없다. 개발 업적과 정치 업적을 동일 선상에서 생각하는 사람들도 '골목의 미학' 따윈 들리지 않을 것이다. 겹겹이 치감은 도시의 붕대를 풀어낸 뒤 "짜잔!" 하고 나서고 싶은 정치적 욕망이 곳곳에서 읽힌다.

이런 풍경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서울 시민은 너무 관대하다. 배우가 눈·코·입 다 뜯어고쳤다고 당당하게 얘기해도 "고치면 어때? 예쁘면 그만이지"라고 인정해 주는, 약간 맛이 간 우리 세태와 닮았다. 정치적 이권과 개인적 재산권의 기형적 함수 관계가 '도시의 성형'을 '도시의 발전'이라고 여기는 집단 최면을 불러온 것이 아닐까.

광화문 일대를 걸은 날, 서울엔 비가 왔다. 비가 그친 뒤 길거리 곳곳에 빗물이 고여 있었다. 4년 전 서울에 있을 땐 '비가 오니 빗물이 고인다'고 당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도쿄엔 좀처럼 빗물이 고이지 않는다. 서울은 왜 고일까. 도로가 울퉁불퉁해 빗물이 하수구로 흘러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빗물뿐일까. 땡볕에도 노점의 구정물이 곳곳에 고여 있는 웅덩이 도시가 서울이다.

도심 행인들의 걸음을 관찰해 보니 길이 거칠면 걸음도 거칠어질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파인 블록, 웅덩이가 있으면 진로를 유지하기 힘들다. 잘 알려진 것처럼 서울 시민의 걸음은 거칠고 빠르다는 국제적 악평을 듣는다. '거친 길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멋진 공원에서 풀라'는 것이 서울의 공사판 논리가 아니라면, 고개 들어 바라보는 스카이라인을 성형하기 이전에 발밑의 길바닥부터 성실히 다듬어야 순리가 아닐까.

서울은 600년 고도(古都)다. 마천루나 도심 공원이 필요한 신생국 도시가 아니다. 철저한 설계하에 하나에서 열까지 인위적으로 이루어지는 개발 방식은 인천 송도와 같은 지방 대도시에 넘기면 된다. 우리의 서울은 공존하는 근현대의 풍광과 정돈된 수도의 품격을 보다 절실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6 comments:

  1. 언젠가 어느 외국인이 쓴글에서 음식도 재개발한다-gentrification한다고 드라마 대장금에서 궁중음식과 한국의 퓨전음식을 보고 쓴 글이 생각나네요. 얼굴도 음식도 깨끗이 정비하고 도시도 정비하고 이젠 또 뭐가 있을까요? 송도 명품도시는 현재 서울에서 중앙집권할려고 하고 있고 인천시는 수탈당하지 않을려고 노력하고 있죠.

    ReplyDelete
  2. 파란색 글 읽기전에 왜 이런글 올렸나 했네.

    ReplyDelete
  3. 主要인물이 될지 要注意인물이 될지 지켜볼만 한 프로필을 가졌네요.

    ReplyDelete
  4. hahaha 나는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데요. 글쎄요...

    ReplyDelete
  5. hohoho 내가 말하는 프로필은 외모가 아니라 이사람의 경력 혹은 배경을 의미하는데...

    ReplyDelete
  6. 네네. 알아요. 그리고 나는 외모만 얘기한 거예요.

    ReplyDele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