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dnesday, 9 September 2009

[노컷뉴스] "이제 어디로 갑니까…" 입주권 빼앗긴 세입자들 분통

"이제 어디로 갑니까…" 입주권 빼앗긴 세입자들 분통
마포 용강·종로 옥인 시민아파트 세입자-서울시 공방 2R 돌입


싸움은 지난했다. 승리한 듯 했지만 상대는 결국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서울시라는 거대조직을 상대로 한 세입자들의 권리 찾기는 깊은 상처를 남긴 채 이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이사비 받으려다 이사갈 집 빼앗겨

서울 마포구 용강동 시민아파트 세입자 박미선(36 가명) 씨는 지난 달 말 SH 공사와의 통화 끝에 울음을 터뜨렸다. 임대주택 입주권이 서울시의 통보로 일방적으로 취소됐다는 것이다.

"소송에서 이겨서 주거 이전비를 받았는데 갑자기 입주권이 사라졌다니 허무하죠. 임대 아파트에 들어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 갈 곳도 없어요. 이럴려고 소송한 게 아니었는데....."

서울시 도시계획사업에 의해 철거 대상이 된 마포구 용강동과 종로구 옥인동 시민아파트 세입자 50세대가 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지난 3월.


2007년에 '주거이전비'와 '임대주택 입주권' 둘 다 보상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공토법)이 개정됐는데도 서울시에서 조례를 1년 늦게 개정해 그 사이에는 주거 이전비를 보상하지 않았던 것이다.

뒤늦게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느낀 몇몇 세입자들이 주거 이전비를 돌려받기 위한 행정소송을 준비했다.

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도 세입자들은 어려운 법률 용어를 붙들고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가며 힘겨운 법적 싸움을 시작했다. 마침내 4개월 만에 법원에서는 세입자들에게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서울시에서는 주거이전비를 지급하는 대신 임대주택 입주권은 취소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실제로 SH공사에 통보를 내려 대기 중이던 10여 세대의 입주권을 일방적으로 취소시켰다.

◈서울시 "입주권 포기각서 써야 이전비 주겠다"

뿐만 아니라 해당 구청에서는 주거 이전비를 받으러 간 세입자들에게 '이전비를 받으면 입주권은 취소한다'는 각서를 쓰도록 했다.

옥인아파트 세입자 김정순(72·가명) 씨는 소송에서 이겼다는 소식을 듣고 구청을 찾아갔지만 "주거이전비를 받고 싶으면 임대주택 입주권 취소 서류에 서명하라"는 직원 말에 겁이 나 그냥 돌아왔다.

"반협박이나 다름없죠. 이사 비용이 부족해서 소송을 걸었던 건데 아예 이사갈 집을 빼앗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이미 임대 아파트에 입주한 세입자들도 "2년 뒤에 재계약 할 때는 권한을 취소시키겠다"는 태도에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에 서울시 주택과에서는 "입주권 취소한다는 공문을 SH 공사를 비롯해 세입자들에게 보낸 것은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그 이유에 대해 해명하지 않았다.

시에서 이처럼 완강하게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은 이번 소송 집행 결과가 미칠 파급력 때문이다.

'나눔과 미래' 남철관 국장은 "시민아파트 세입자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가구가 5천 세대 정도로 추산된다"며 "임대주택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서울시에서는 관련 소송이 잇따를 것을 우려해 세입자들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입자들은 지난 8월 27일 임대주택 취소 처분 무효를 위한 행정소송을 다시 제기한 상태다. 이로써 2라운드로 옮겨간 세입자와 서울시의 법적 공방이 어떻게 결론날지 주목된다.

aor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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