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14 September 2009

‘기린교’ 추정 다리 발견… 향후 과제는

철거 앞둔 옥인아파트 잔해와 방치 “긴급조사·보존대책 서둘러야”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효령대군의 집 인왕산 기슭, 넓은 골짜기 깊숙한 곳에 있으니 바로 비해당(匪懈堂·안평대군의 호)의 옛 집터이다. 시내가 흐르고 바위가 있는 경치 좋은 곳이 있어서 여름철에 노닐고 구경할 만하고, 다리가 있는데 기린교(麒麟橋)라 한다.”(‘신증동국여지승람’ 제택조)

서울 종로구 옥인동 옥인시범아파트 옆 계곡에서 기린교로 추정되는 다리가 발견됨에 따라 보존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1971년 6월 준공된 옥인아파트는 9개동 263가구가 거주했으나 철거를 앞두고 현재는 대부분 이주하고 비어 있다. 서울시는 옥인아파트를 철거한 뒤 이 자리에 인왕산 도시자연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14일 현재 아파트 입구와 주위를 빙 둘러 쇠파이프들이 설치돼 있으며 기린교 바로 옆 9동의 경우, 베란다와 창문 등이 철거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 과정의 하나로 떨어져 나가고 없는 상태였다. 기린교 주위에는 이 과정에서 파괴된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방치돼 있어 긴급 조사와 보존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보여주고 있다.

기린교 추정 다리는 인왕산정에서 발원한 수원이 암반으로 형성된 계류를 따라 반석과 폭포를 이루며 흘러오다가 폭이 좁아지고 깊이가 4.5~5m 정도에 이르는 깎아지른 듯한 암반벽 사이에 설치돼 있다. 돌다리 하류는 일부를 제외하고 복개돼 있으며 상류에는 콘크리트 보가 설치돼 있다. 계류 바닥도 콘크리트로 돼 있다.

콘크리트 보 상류는 자연상태의 암반이 원래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폭포도 있어 경관이 좋다. 이 계곡은 인왕산 주변의 여러 계류와 합류한 뒤 경복궁 앞으로 흘러 청계천에 유입된다.

‘한경지략’ ‘동국여지승람’ ‘수선전도’ 등의 사료에 따르면, 당시 서울에 있었던 다리는 성안 76개소, 성밖 10개소가 확인된다. 이 중 다리의 명칭이 있는 것이 69개소이며 알 수 없는 것이 17개소다.

문화재위원을 역임한 손영식(서울시 문화재위원) 전통건축연구소장은 “우리나라 전통시대 다리로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이 50~60개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서울에 있던 80여개소의 다리 중 원래 자리에 보존돼 있는 것을 거의 찾기 어렵다”며 “기린교 추정 다리는 원형이 잘 남아 있는 만큼 주변까지 함께 보존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글·사진 =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9091401032330074002

1 comment:

  1. 이 나라에서는 작가들이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을 새삼느끼게 됩니다. 문화재보존하는 분들을 도대체 그동안 뭘하고 있었는지...조은지 작가의 글처럼 유럽과는 분명히 다른 한국의 현실입니다. 많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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